아내 한주리는 마지막 아날로그 시대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남편 유재승이 홍대 앞에서 에스닉 샵 ‘천가계 바람’을 운영하던 그때, 책 읽는 사람이 도통 없던 거리에서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독서를 하던 남편을 처음 본 십수 년 전의 홍대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홍대는 이미 개성 넘치는 사람이 넘쳤으나 유재승은 그중에서도 꽤 독특했다. 지금은 폐간된 월간지 ‘크래커 유어 워드로브(Cracker Your Wardrobe)’ 스트릿 스냅의 단골을 넘어 베스트 드레서로도 뽑히던 그였다.
부부는 조금 더 조용한 홍대 옆 연희동으로 옮겨 왔다. 베이지색 벽돌로 쌓아 올린 빌라는 부부의 거처가 되었다. 남편은 멀지 않은 곳에 카레 레스토랑과 카페를 열고, 아내도 지척에 사무실과 쇼룸을 마련하면서 연희동은 부부를 아우르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부부의 집은 총 4세대가 사는 빌라의 형태인데, ㄱ자로 한 층에 두 집씩 놓여 서로의 집을 비스듬히 바라보는 배치가 독특했다. 남편이 이 집의 역사를 알아보았더니, 고등학교 여자 동창 넷이 서로 이웃이 되고자 합심하여 지은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동창들은 지금 뿔뿔이 흩어졌을지라도 그 빈자리를 동네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이 채웠다. 이들의 아이들이 마당에서 공을 차고 놀 때면, 부부는 집에서도 외국의 어딘가에 나와 있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부부는 최근 네덜란드로 여행을 다녀왔다. 격주로 출장을 갈 만큼 비행기를 자주 타던 이들에게도 이 여행은 11년 전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다녀온 여행다운 여행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결혼 전에는 적어도 3년마다 여행을 시켜준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장난스럽게 불평했다. 하지만 그녀는 양치할 때면 슬쩍 보이는 경치에서도 기분 전환이 되는 곳이라고 나에게 집을 소개했다. 웬만한 여행지를 가는 것보다 이 집에서 느끼는 감정이 더 좋다는 부부는 매일이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화사한 음색의 300B 진공관을 꽂은 앰프에 1970년대 AR의 LST 스피커도 지나치기 어렵다. 남편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빈티지 오디오를 수입하곤 했다. 좋은 기기를 찾기 어려웠던 국내에서 많은 오디오 샵은 아버지의 고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도 꽤 오래된 취미로 오디오를 즐기고 있었고 마침 이날은 아침부터 어느 오디오 샵 대표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 또한 남편의 아버지로부터 물건을 사 가던 때가 있었다. 도통 관심이 없던 동생과 달리, 남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내는 처음 시아버지의 물건들을 목도했을 때를 회상했다.
“사실 충격적이었어요. 아버님 주차장에 오디오 기기도 이렇게 많은데, 미군의 개파카(M65 파카)와 빈티지 파타고니아 자켓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거든요. 저한테는 공부가 많이 됐죠.”
오드플랫 'HOME TOUR' 프로젝트는 영감이되는 개인과 집을 조명합니다.지금 바로 유재승, 한주리 님의 집을 구경해 보세요.
오드플랫이 사랑한 체어
The Best Eames Restorer for Colletors
임스의 빈티지 파이버글라스 쉘 100여 점이 입고되어 검수를 거쳤습니다. 모두 1950년부터 1993년 사이에 생산된 빈티지 쉘입니다.
허먼밀러는 파이버글라스 소재의 임스 체어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93년에 단종을 시킨 후, 플라스틱 소재의 임스 쉘체어를 생산했습니다. 찰스 임스는 1978년 세상을 떠났고, 그의 부인 레이 임스는 1988년 세상을 떠났으니 플라스틱 쉘체어의 생산은 디자이너의 생전에 협의가 되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많은 임스 쉘 체어 컬렉터들이 ‘친환경적’인 새로운 임스 체어에 등을 돌리게 되었음도 당연한 부분입니다. 이후의 ‘재활용 가능한 파이버글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허먼밀러! 재활용이 가능한 의자를 만들 수는 있으나, 왜 수리를 하지는 않는 건가요? 친환경을 주장하는 허먼밀러가 수리가 필요한 임스 체어에 대해 교환 정책을 펼치는 게 참 의아합니다. 회수 후 의자가 버려지는 것보다 오래 수리하며 사용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 게 더 친환경적이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허먼밀러를 참 사랑합니다.) 수년 전 허먼밀러의 아시아 담당 직원이 저희 오드플랫을 방문하였을 때 이런 내용을 말씀드린 바 있으나, 아직 정책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요즘은 국내의 일부 허먼밀러 딜러사에서 수리가 필요한 리프로덕션 임스체어에 대해 저희로부터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고객님께 안내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임스 체어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구매하신 제품도 수리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리프로덕션이든 빈티지이든 말이죠. 많은 임스 체어들이 사용 중 망가지고, 이후 잘못된 작업으로 가치가 떨어지거나 버려지는 경우를 셀 수 없이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희 온라인몰에서 임스의 사이드 체어에만 적용되었던 다리 옵션 선택 시스템을 암 체어까지 적용되도록 시스템 업데이트를 마쳤습니다. 오드플랫에서 생산하는 복원 파츠도 계속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습니다.
임스의 파이버글라스 체어. 유행을 타지 않는 참 담백하고 좋은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편안하기까지요.
DAX Chair (Ochre Light)
• Designer: Charles & Ray Eames • Manufacturer: Herman Miller • Year: 1959-1989
[B급제품 할인] DSX Chair (Seafoam Green)
• Designer: Charles & Ray Eames • Manufacturer: Herman Miller • Year: 1965-1978
La Fonda Side Chair (Turquoise / Polyknit) - Herman Miller AG
• Designer: Charles & Ray Eames • Manufacturer: Herman Miller AG (Herman Miller & Vitra) • Year: 1980s
DAX Chair (Parchment)
• Designer: Charles & Ray Eames • Manufacturer: Herman Miller • Year: 1978-1989
원하시는 쉘과 베이스를 조합하며 나만의 임스체어를 만들어보세요.
기본에 충실하지만 아름다운
Thin Edge Drawer by George Nelson Associates
올해 초까지 집에서 유용하게 쓰던 서랍장이 있었습니다. 조지 넬슨 어소시에이츠가 디자인한 씬 엣지 드레서(Thin Edge Dresser)입니다. 8개의 서랍이 칸칸이 참 아름다웠던 피스였는데, 이 서랍장을 매우 원하던 분이 계셔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넘겨 드리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님의 근황을 보고 있었던지라, 피드에 슬쩍 보이던 드레서를 볼 때면 매번 반가웠습니다.
저희 오드플랫에 꽤 오래전부터 같은 시리즈에 속한 또 다른 씬 엣지 캐비넷이 있었습니다. 로즈우드의 그레인이 워낙 아름다운 피스이기 때문에 제대로 복원하고 싶어서 단단히 벼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이런저런 일에 치여 지지부진한 진전을 보이고 있었는데, 최근 저희가 어떤 결심이 섰는지 부지런함을 발휘하여 캐비넷의 복원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리피니싱을 동반한 작업, 특히 수십 년의 나이를 먹은 피스를 복원하려면 하루 만에 뚝딱하고 되는 일이 아니죠. 모든 칠을 조심스레 벗겨내고, 기능적 작동을 손보고, 분실된 파츠를 찾아내고, 여러 차례의 칠을 해야만 합니다. 결과는 저희가 지금까지 보았던 목재 가구 중 가장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신이 났냐 하면 어제 쇼룸에 놀러 온 지인에게 이 캐비넷을 보라며 손목을 잡고 끌고 갔지요.
조지 넬슨과 그의 디자인팀은 이 아름다운 로즈우드 캐비넷을 디자인하고, 시리즈 내에서 표준화 작업을 거쳐 씬 엣지 그룹(Thin Edge Group)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말 그대로 아주 얇은 캐비넷의 엣지를 가졌다는 것인데요. 덕분에 그동안 보았던 수납 가구들보다 심플한 외형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포르셀린 소재의 손잡이와 알루미늄 다리는 이 캐비넷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요.
컨디션은 고민할 부분이 없어 보이고, 이 캐비넷이 어울리는 공간이 있는지만 고려해 주세요. 오드플랫 쇼룸과 온라인몰에서 전시 중입니다.
Thin Edge Drawer by George Nelson Associates
• Designer: George Nelson Associates • Manufacturer: Herman Miller (USA) • Year: 1950s • Dimension: W 142 , D 47 , H 103